A person wearing a hoodie with a Guy Fawkes mask attached to a backpack, depicting anonymity.

가면 속 인생가면 속 나를 찾아가는 여정: 진정한 관계와 자기 이해에 대한 일기가면 속 인생


오늘도 가면을 쓴 채 하루를 보냈다. 아니, 어쩌면 나 자신이 어떤 가면을 쓰고 있는지조차 의식하지 못한 채 살아가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에 휩싸였다.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니, 왠지 모를 공허함이 나를 감싸는 듯했다. 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

사람들은 모두 다양한 가면을 쓰고 살아간다고들 한다. 친한 척, 착한 척, 강한 척, 약한 척, 무서운 척, 부자인 척, 잘하는 척… 그 목록은 끝도 없이 이어진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회사에서는 상사의 기대에 부응하는 ‘유능한 직원’의 가면을 쓰고, 친구들과의 모임에서는 분위기를 띄우는 ‘유쾌한 친구’의 가면을 쓴다. 심지어 가족 앞에서도 완벽한 자식인 척, 걱정 없는 사람인 척 연기할 때가 많다.

하지만 정작 나 자신에 대해서 정확하게 아는 사람은 없다는 문장이 가슴에 와닿는다. 어쩌면 나도 그 ‘아무도 모르는 사람’ 중 하나일지 모른다. 나의 부족한 부분, 나의 약점, 나의 어두운 면은 마치 내가 아닌 다른 존재인 양 외면하고 합리화하며 살아간다. 마치 내 몸의 일부인데도, 그것을 인정하기 싫어하는 아이처럼 말이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모습으로 비춰지기 위해 나와 맞지 않는 가면을 하나씩 써가는 것이 일상이 되어버렸다. 때로는 그 가면이 너무나도 무겁게 느껴져 숨이 막힐 지경이다.

그래서 온전한 나의 모습을 찾아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고 이 글은 말한다. 맞는 말이다. 내가 무엇을 잘하는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이 약한지 스스로에게 묻기보다는, 상대방이 나를 어떻게 보느냐가 더 중요한 시대가 되어버린 것 같다는 문장은 섬뜩할 정도로 현실을 꿰뚫고 있다. 사회 관계망 서비스(SNS)의 발달은 이러한 경향을 더욱 심화시켰다. 사람들은 자신의 실제 모습보다는 타인에게 보여지고 싶은 이상적인 모습을 끊임없이 만들어내고 과시한다. ‘좋아요’와 댓글 수에 따라 자존감이 좌우되는 세상에서, 진정한 ‘나’를 마주할 용기는 점점 더 희미해져 간다. 타인의 시선에 갇혀버린 나는, 마치 거울 속 반영만을 쫓아다니는 유령 같다.

이런 생각들이 나를 사로잡을 때면, 사람들과 친해지는 것이 두렵다는 감정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친해지면 친해질수록, 원래 내가 알던 사람이 아니라 가면의 실체를 보게 된다는 글귀가 내 경험과 너무나도 일치한다. 처음에는 완벽해 보였던 사람도, 시간이 지나 가까워지면 그 뒤에 숨겨진 약점이나 불안정한 모습이 드러나기 마련이다. 문제는 그것이 진정 그 사람의 본모습인지, 아니면 또 다른 가면의 일부인지 당사자조차도 혼란스러워한다는 점이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내 안의 여러 가면들 중 어떤 것이 진짜 ‘나’인지 나조차도 알 수 없을 때가 많다.

특히 나의 약점을 드러내는 것은 맹수에게 먹잇감을 주는 것과 같다는 비유는 나를 얼어붙게 만든다. 실제로 그런 경험이 많다. 처음에는 나의 약점을 이해하고 감싸줄 것처럼 다가왔던 사람들이, 관계가 틀어지면 그동안 알고 있던 나의 취약한 부분들을 무기 삼아 나를 공격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사람들은 자신에게 도움이 될 때는 한없이 착해지다가, 관계가 틀어지면 그동안 알고 있던 것들이 날카로운 칼날이 되어 나를 찌른다. 이 문장을 읽으며, 지난날의 아픈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당했던 순간들, 나의 솔직한 모습이 비웃음거리가 되었던 경험들. 그 상처들은 아직 아물지 않은 채 내 안에 깊숙이 박혀있다.

아무나 믿을 수 없는 세상이라는 결론은 나를 더욱 고립시킨다. 이제는 사람들과 함께 있어도 외롭다는 감정이 지배적이다. 북적이는 사람들 속에서도 나는 혼자 동떨어진 섬처럼 느껴진다. 오히려 혼자가 편한 세상이라는 역설적인 깨달음은 나를 더욱 움츠러들게 한다.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것이 차라리 마음 편하다. 아무도 나를 판단하지 않고, 아무런 가면도 쓰지 않아도 되니까.

오늘 나는 어떤 가면을 썼을까? 그리고 내일은 또 어떤 가면을 쓰고 세상과 마주해야 할까? 가면을 벗어던지고 온전한 나 자신으로 살 수 있는 날이 올까? 아니, 애초에 온전한 ‘나’라는 것이 존재하기는 하는 걸까? 깊은 밤, 답을 알 수 없는 질문들이 나를 더욱 외롭게 만든다. 이 밤이 지나면, 다시 새로운 가면을 쓰고 세상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이 가면놀이는 언제쯤 끝이 날까. 혹은 평생 이 가면을 쓴 채 살아가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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